무디스 번 부사장 “양극화, 한국정부 우려처럼 심각안해”

  • 입력 2006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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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 그는 대학 졸업 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3년 동안 지낸 데다 국가 신용 등급 평가차 매년 방한해 한국 사정에 밝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 그는 대학 졸업 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3년 동안 지낸 데다 국가 신용 등급 평가차 매년 방한해 한국 사정에 밝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토머스 번 무디스 부사장은 24일 본보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평가 등급을 상향 조정할 것이라는 일부 외신 보도를 부정하면서 당분간 등급조정이 없을 것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또 한국이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5%를 달성하기 위한 관건으로 설비투자와 고용증대를 들고 “설비투자가 7%, 고용이 4% 이상 늘어야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번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한국 방문의 가장 큰 주안점은….

“매년 하는 연례 방문이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FTA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규제완화와 외국자본 투자 증가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은 재정 규모와 함께 재정 적자도 늘어나는 구조다. 고령화 등으로 복지 예산 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적인 문제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은 2020년에 인구 성장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는 문제다. 단기적으론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지 예산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와 지니 계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의 분배 수준은 매우 좋다. 분배 문제가 심각한 미국과 중국은 물론 프랑스와 캐나다에 비해서도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덴마크와 같이 분배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에 비해 떨어질 뿐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세금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배 문제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재정 적자는) 당장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신용평가 회사 중 유독 무디스가 북한의 핵 문제에 민감한 것 같다. 북핵 문제가 왜 한국의 신용등급에 중요한가.

“큰 동요나 도발은 없었지만 북한은 계속 존재해 왔던 위협이다. 문제는 9·11테러 이후 북한과 같은 국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른 신용평가 회사에 비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한국과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고 믿는다. 북핵 문제는 지난해 9월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때 우리는 6자회담이 성공적이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발표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2년 서해교전 이후 큰 도발은 없지만 북한 문제는 한국에 근본적인 위험요소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릴 것인가.

“한국 경제 전망은 ‘안정적(stable outlook)’으로 분류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이번에 신용등급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계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면 상향 조정을 고려해 볼 것이다.”(무디스는 2002년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을 A3로 묶어두고 있다. 이는 무디스의 21개 등급 중 위에서 7번째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말레이시아와 동급이며 A2인 중국보다는 한 단계 낮다.)

―올해 들어 달러당 원화 환율이 많이 내려 원화가치가 상승했다.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수출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한국 수출은 여전히 강하다. 한국은 이제 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수출국이 아니라 상품의 질과 가치, 브랜드로 승부를 하고 있다. 달러당 960원까지는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의 상품을 사는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국가의 경제 사정이 문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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