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전-후임 대통령 촌평 “괘씸한 고르비” “든든한 푸틴”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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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75세 생일을 맞은 보리스 옐친(사진) 전 러시아 대통령이 후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53) 대통령은 칭찬하고 전임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74)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대조를 보였다.

옐친 전 대통령은 러시아 시사주간지 ‘이토기’와의 회견에서 “푸틴을 (후계자로) 선택한 것이 실수가 아니어서 기쁘다”며 흡족해 했다. 옐친 전 대통령은 “러시아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옐친 전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에게 자유를 찾아 준 것은 역사적인 업적”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취임식에 함께 다녀오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옐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991년 8월 보수파의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잘 만나지도 않을 정도로 험악한 사이. 옐친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옛날에는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아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한때 “과거(옛 소련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강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깍듯하게 대접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의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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