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 짝짓기’ 사립대로 번진다…정원미달 속출 경영난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의 명문 사립대인 간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와 유아교육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세이와(聖和)대가 신입생 감소에 대한 자구책으로 2008년 봄 학기부터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에서 국립대 간의 통합은 4년간 13건이나 이뤄졌으나 사립대 간의 자발적인 통합이 이뤄진 것은 1952년 일본의대와 일본수의축산대 학교법인이 통합한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일본 교육계는 대학 지원자 수가 정원을 밑돌아 진학 희망자 전원이 입학할 수 있는 ‘대학 전입(全入)시대’가 내년부터 시작되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 간 짝짓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간사이가쿠인대와 세이와대는 1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두 대학은 19세기 후반 미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미션스쿨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캠퍼스도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통합 상대로 적격”이라며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간사이가쿠인대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우수한 학생들이 해외 유학이나 국립대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져 학교 경영을 안정시키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며 “이번 통합으로 학교 규모가 커져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이 완료되면 학생 1300명인 세이와대가 학교법인을 해산하고 1만9000여 명의 학생을 보유한 간사이가쿠인대의 1개 학부로 편입된다.

간사이 지방의 4대 명문으로 꼽히는 간사이가쿠인대 측은 유치원을 보유한 세이와대와의 통합으로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교-대학-대학원으로 이어지는 일관된 교육체계를 갖춰 신입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두 대학의 통합이 사립대 경영여건의 악화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2005년 입시에서 550개 4년제 사립대 중 30%인 160개 대학이 정원 미달 사태를 빚었고 전체 사립대의 20%가 도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 퍼지면서 경영상태가 양호한 사립대들도 자구책을 모색해 왔다는 것.

지난해 6월엔 야마구치(山口) 현의 하기(荻)국제대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일본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파산을 선언한 바 있다.

일본 국립대는 문부과학성이 2001년부터 대학 간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당시 99곳이던 4년제 국립대가 86곳으로 줄어들었다. 도쿄상선대와 도쿄수산대가 2003년 10월 도쿄해양대로 합쳐지는 등 2000년 이후 13건의 통합 실적을 거뒀고 지금도 10여 개 대학 간에 짝짓기가 논의 중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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