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 옷좀 사주시오”…스웨터 한벌로 외국 순방

  • 입력 2006년 1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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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외국 순방길에 ‘스웨터 한 벌’로 버티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8개국 순방에 나선 모랄레스 당선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계속 똑같은 스웨터를 입고 등장했다.

모랄레스 당선자의 ‘스웨터 외교’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외국 정상들과 만나면서 정장을 하지 않은 것은 ‘외교 의전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 것.

볼리비아 사상 첫 인디오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 당선자가 입은 스웨터는 남미 안데스 산간지대에서 자라는 낙타과의 일종인 알파카의 털로 만든 것. 볼리비아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알파카 의류는 남미 인디오 계층에서는 고급 의상으로 통한다.

볼리비아 언론은 아무리 고유 의상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수반이 스웨터 차림으로 처음 외국 순방길에 나선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일간지 라 라손은 “외국 지도자들은 모랄레스에게 빚만 탕감시켜 줄 것이 아니라 옷이라도 사줘야 할 판”이라며 “계속 똑같은 의상을 입고 다니는 것은 위생에도 좋지 못하다”고 비꼬았다.

멕시코 유력 일간지 레포르마도 ‘부조화의 의상’이라는 제목과 함께 똑같은 스웨터 차림으로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는 모랄레스 당선자의 사진을 4장 연속 나열했다.

반면 포르투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 씨는 스웨터 차림을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 “문명국가의 어리석은 자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제 세계 언론은 모랄레스 당선자가 22일 공식 취임식에도 사상 최초로 스웨터 차림으로 등장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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