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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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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혼수상태에 빠진 아리엘 샤론 총리가 설령 살아난다 하더라도 공직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의료진은 전망하고 있다. 벌써 78세의 고령이다.
샤론 총리는 1947년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 다비드 벤구리온 전 총리, 1993년 팔레스타인의 실체를 처음 인정하고 오슬로 평화협정을 이끈 이츠하크 라빈, 시몬 페레스 전 총리와 함께 이스라엘 정치사의 ‘큰 산’이다.
‘샤론’은 성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장미가 피는 골짜기. 그런 패밀리 네임과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몸집과 좌충우돌하는 행동 때문에 ‘아리크(불도저)’라고 불린 그의 족적은 중동 현대사에 뚜렷하다.
그는 1967년 ‘6일 전쟁’의 영웅이었고 1982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본부 공격의 주역이었다. 6일 전쟁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철수라는 숙제를 남겼고, 레바논 사태는 팔레스타인 자살폭탄 테러 공격과 인티파다(봉기)를 촉발시켰다.
승진이 안 돼 퇴임했던 ‘6일 전쟁의 영웅’은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아 다시 불려나왔다. 레바논 사태 후에는 사브라와 샤틸라의 팔레스타인 난민 학살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가 2000년 리쿠드당 당수로 재기했다.
지난해에는 총리로서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를 지휘했다. 평화협상은 안중에도 없던 그였지만 그토록 싫어했던 야세르 아라파트 PLO 지도자가 죽자 태도를 바꿨다. 한번 한다면 하는 그다. 평화협상에 대한 당내의 반발이 격화되자 당을 뛰쳐나와 신당 ‘카디마(전진)’를 만들었다. 카디마는 3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진 그에게 두 진영에서 악담이 흘러나왔다.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사브라와 샤틸라의 죄인이 조상들과 합류한다는 소식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저주였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미국의 팻 로버트슨 목사는 “그가 하나님이 약속한 땅을 나눈 죄(가자지구 철수를 의미)로 천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 샤론 시대 지도자로 베냐민 네타냐후 리쿠드당 당수, 에후드 올메르트 부총리(카디마당)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샤론만 한 장악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1995년 라빈 총리가 암살당한 이후 집권한 에후드 바라크 총리는 오슬로협정의 성과를 지켜내지 못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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