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는 구두쇠…작년 240억달러 모금에 11억달러 지출

입력 2005-12-19 03:02수정 2009-09-30 19:1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많이 모아 적게 쓴다.’

기금 모금에 열을 올리는 미국 명문 대학들이 지출에는 인색해 비난이 일고 있다.

기업과 개인들은 장학금 수여,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막대한 돈을 기부하지만 대학은 이 돈을 제대로 쓰고 있지 않는 것. 미국 대학 등록금이 물가보다 두 배나 빠르게 인상되고 있는데도 대학들이 학생 복지 향상을 위해 돈주머니를 열지 않자 기부자들 사이에서는 ‘기부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대학들이 모금한 돈은 240억 달러. 이 중에서 지출된 것은 11억 달러에 불과하다. 채 5%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기금 모금에서 선두를 달리는 하버드대는 지출이 4.5%를 밑돌고 있다. 그나마 2000년 3.3%에 비해선 높아진 것. 기금 지출을 1%포인트만 늘려도 학생 3000명이 연 4만2000달러에 달하는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대학 당국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지출에 소극적이다.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다른 명문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대학들 사이에서는 ‘5% 룰’이라는 불문율까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

대학들은 ‘돈은 많지만 마음대로 쓸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부자들이 기금 사용처에 대해 여러 가지 단서 조항을 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대학들이 ‘구두쇠 작전’을 펼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금 운용에서 발생한 투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하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수차례 막대한 투자 손실을 경험한 대학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돈을 쌓아 두고 있다는 것. 5%대의 기금 지출은 8∼9%대 투자 수익률에 맞춘 것으로 이보다 수익률이 낮아지면 대학들의 기금 지출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부자들은 기금 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반발해 기부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대학 기금 규모는 늘었지만 기부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모교에 기부금을 내는 졸업생은 2000년 13.8%에서 지난해 12.8%로 감소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