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파동]세계 학계 조작-사기 사건 사례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2분


코멘트
2000년 11월 일본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 씨가 20년간 벌여온 유물 발굴 작업 조작에 대해 머리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 11월 일본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 씨가 20년간 벌여온 유물 발굴 작업 조작에 대해 머리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학계의 주요 조작 사건은 주로 일반인이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일어나기 쉽다. 특히 첨단과학 분야나 유적을 발굴하는 고고학 분야에서 이 같은 사례가 두드러졌다.

그중 첨단과학 분야에서 가장 최근 발생한 사례는 2002년의 ‘얀 헨드리크 쇤 사건’.

미국 벨연구소의 얀 헨드리크 쇤 박사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평균 8일에 한 편꼴로 나노 트랜지스터 관련 논문을 썼다. 이 가운데 무려 15편이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영국의 네이처와 미국의 사이언스에 나눠 실렸다.

세계 물리학계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쇤 박사에게 데이터 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은 그의 서로 다른 논문 두 편에 실린 실험 그래프가 일치된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부터.

의혹이 확산되자 2002년 벨연구소는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4개월 동안 검증작업을 벌였으며 최소 16개의 부정행위가 일어난 사실을 밝혀냈다.

결국 쇤 박사는 연구소에서 해고됐고 박사학위마저 박탈당했다. 또 사이언스와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도 모두 취소됐다.

일본 도쿄대의 리보핵산(RNA) 전문가인 다이라 가즈나리(多比良和誠) 교수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12편의 논문을 네이처 등에 발표했으나 실험결과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돼 9월부터 대학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위는 논문 4편의 실험 데이터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다이라 교수에게 재실험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2편의 논문이 취소됐으며 재실험 결과에 따라 ‘사기’ 여부가 최종 규명될 전망이다.

이 밖에 1989년 3월 미국 유타대의 스탠리 폰즈 교수가 성공했다고 주장한 ‘상온 핵융합 실험’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고고학 분야에서는 일본의 유적 날조 사건이 유명하다.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2000년 11월 5일 ‘신의 손’으로 불리는 아마추어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 씨가 유물을 몰래 땅에 묻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그가 발견했다는 20만 년 전 유물은 날조한 것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1981년 일본 최초 인류의 출현 시기를 1만 년이나 앞당긴 4만여 년 전의 석기 유물을 발견했다는 주장에서 시작한 그의 20년에 걸친 ‘발굴 사기극’이 막을 내린 것이다.

후지무라 씨는 일본 고고학협회에서 제명된 뒤 “일단 날조가 시작되자 조금 더 오래된 유적을 계속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추가 조작을 부추겼다”고 고백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