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지도력 ‘상처’…테러리즘법안 부결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코멘트
토니 블레어(사진) 영국 총리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테러리즘법(Terrorism Bill) 개정안이 9일 부결되면서 그의 신임이 위기에 처했다.

영국 하원은 기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테러 용의자를 최장 90일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테러리즘법 개정안을 반대 322표, 찬성 291표로 부결시켰다.

블레어 총리는 집권 노동당 내의 반대표조차 막지 못해 1997년 집권 이래 처음으로 주요 법안을 둘러싼 하원 표 대결에서 패배하는 치욕을 겪었다.

이 개정안에는 유럽 인권단체들이 반발해 왔고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와 찰스 케네디 자유민주당 당수 등 야당 지도자들도 반드시 부결시킬 것이라고 확언했으나 블레어 총리는 “잘못된 일을 하는 것보다는 표 대결에서 지는 게 낫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노동당 의원 중에서는 4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당 기율이 엄격한 영국식 의원내각제에서 자당 의원 상당수의 반대표를 막지 못한 총리는 신임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는 “의회가 무책임하게 행동했다”고 비판하며 사퇴 가능성을 배제했다.

영국 하원은 구금 기간을 최장 90일로 늘리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대신 최장 28일로 늘리는 개정안을 채택했다. 현재의 구금 기간은 14일이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