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킹 소설 주인공을 내이름으로…e베이 작명권리 경매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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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소설에 나오는 멋진 등장인물의 이름이 내 이름과 같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최근 미국의 유명 작가들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시민단체가 뜻을 모아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지어줄 수 있는 권리를 경매에 부쳤다.

경매사이트인 e베이를 통해 이뤄진 경매 결과 소설가 스티븐 킹의 신작 속 등장인물에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가 가장 비싼 2만5100달러(약 2635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팸 알렉산더라는 미국 여성. 그녀는 “비싼 줄 안다. 하지만 킹의 열렬한 팬인 동생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건 영원히 남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녀 동생의 이름인 후이젱가(Huizenga)가 킹이 현재 쓰고 있는 소설 ‘셀(Cell)’의 등장인물 가운데 한 명의 이름으로 나온다. 이 소설은 휴대전화로 조종되는 좀비(되살아난 시체)가 자아내는 공포를 다룰 예정.

킹의 뒤를 이어 미국 법정 소설의 대가로 꼽히는 존 그리셤의 소설 속 인물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리가 7940달러(약 834만 원)로 두 번째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3위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레모니 스니켓의 소설 속 인물. 6350달러(약 668만 원)에 낙찰됐다. 스니켓은 신상이 드러나지 않아 ‘얼굴 없는 작가’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가 쓴 ‘위험한 대결’은 전 세계에서 2700만 권이 팔려 나갔으며 우리말로도 번역됐다.

그의 뒤를 이어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마이클 채본(6000달러·630만 원)의 작품 속 인물이 4위. ‘조이럭 클럽’으로 잘 알려진 에이미 탄의 등장인물은 3339달러(약 350만 원)로 6위였다.

이 경매의 낙찰자가 내는 돈은 모두 ‘수정 헌법 1조 프로젝트’라는 시민단체로 들어간다. 이 단체는 미국 수정 헌법 1조가 명시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소송당한 작가와 출판사를 돕기 위해 변호사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경매에 등장인물을 내놓은 작가 션 그리어는 “경매에서 낙찰 받은 이름을 사용하려면 몹시 공력을 쏟아야 한다. 인물의 이름은 소설의 전체 흐름과 성격에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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