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클렐런 대변인 최근 악재에 ‘공격적 브리핑’으로 맞서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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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가이’에서 ‘스파링 파트너’로. 최근 공격적인 브리핑으로 주요 언론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AFP 연합뉴스
‘나이스 가이’에서 ‘스파링 파트너’로. 최근 공격적인 브리핑으로 주요 언론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 워싱턴=AFP 연합뉴스
1968년생. 한국으로 치면 87학번이다. 2003년 만 35세의 나이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입과 얼굴’이 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한때 ‘나이스 가이(nice guy) 스콧’으로 불렸던 그가 출입기자단과 거친 논쟁을 벌이며 악전고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도 ‘격렬해진 대변인과 취재진의 스파링(모의 권투경기)’이다.

신문은 이라크전쟁,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 연방대법원 판사 지명 등 대형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그의 브리핑 방식이 질문자 개인을 겨냥한 식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지난주 신임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질문에 “당신의 접근 방식에 대해 따져 보자. 당신은 원치 않겠지만, 지명자의 자격과 기록을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답했다. 거의 강의하는 듯한 어조였고, 이 답변을 들은 CBS 방송의 존 로버츠 기자는 나중에 “공격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썼다.

백악관 출입 경력(35년)만 대변인의 나이(37세)와 엇비슷한 칼럼니스트 헬렌 토머스(85·여·전 UPI통신 기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가 대변인의 이라크전 논평에 대해 “이라크전은 9·11테러와 상관이 없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당신이야 원래 테러와의 전쟁도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출입기자 일부에게선 “그가 선을 넘어섰다”거나 “좋은 정보 제공자 역할을 못 한다”는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낮고 단조로운 톤의 빠른 영어를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구사한다. 이런 탓에 TV에 비친 그의 모습에서 친근감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신문은 “그래도 출입기자들은 그를 좋아한다. CBS 로버츠 기자도 이튿날 대변인과 마주쳤을 때 복싱 자세를 취하면서 전날 일을 깨끗이 털어버리곤 했다”는 장외 화해 스토리도 전했다.

물론 그는 출입기자들의 비판이 억울한 눈치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 비난은 나를 향해 쏟아지는 거친 질문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그는 텍사스 주 출신으로 대학 졸업 직후 오스틴 시장 및 텍사스 주 감사원장을 지낸 어머니의 정치 참모를 맡았다. 2000년 대통령선거전을 앞두고 부시 후보의 공보비서를 지냈다. 그의 역량을 평가한 부시 후보의 홍보참모였던 캐런 휴스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의 영입 제의에 따른 것이다.

“나는 부시 대통령의 사람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믿고, 정책의 정확한 홍보를 위해 일할 뿐이다.” 주류 언론과의 논전(論戰)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외치는 매클렐런 대변인의 ‘전쟁의 변’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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