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힌 아군 구하라” 英 군사작전 이라크 주권침해 논란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1분


코멘트
19일 오전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 탱크 2대를 앞세운 영국군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경찰서를 포위했다.

곧이어 영국군의 행동에 분노한 이라크인들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탱크를 몸으로 막았다. 화염병에 맞은 탱크 1대가 불탔고 탱크에서 탈출하려던 영국군 병사 1명이 화염에 휩싸였다.

결국 영국군은 자신들이 찾던 ‘목표물’이 경찰서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물러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라크인 2명이 숨졌다.

이날 알자지라 TV가 방영한 화면에 나타난 ‘영국군 구출작전’의 장면이다.

영국군은 이날 저녁 탱크 10대를 몰고 바스라 시내에 다시 들어왔다. 하늘에는 무장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번엔 교도소를 부쉈다. 하지만 구출하려 했던 자국 병사들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인 죄수 150명이 탈출했다. 영국군은 다시 모처를 수색하는 작전을 벌여 영국군 2명을 찾아내 데려갔다.

이라크 주둔 영국군이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자국 병사를 빼내기 위해 탱크까지 동원한 군사작전을 펼쳐 이라크 주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점령군’의 만행?=이날 사태는 민간인 복장을 한 영국군 특수부대 2명이 바스라 시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이라크 경찰 1명이 사망하고 시민 7명이 다치면서 빚어졌다. 경찰에 체포된 영국군은 “특수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당국은 즉각 이 사건을 발표했고 영국 측은 3시간 뒤 ‘작전’을 개시했다.

존 로리머 준장은 “이라크 법에 따라 체포된 영국군은 연합군에 넘겨져야 하나 이들은 시아파 민병대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신병 인계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이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졌다는 첩보가 들어와 작전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알 와일리 바스라 주지사는 이 작전에 대해 “이라크 경찰을 총을 쏴 살해하고 민간인을 다치게 한 범인을 탱크와 헬기까지 동원해 빼내 간 것은 야만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엄연히 주권이 있는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만행이라는 반박이다.

▽불안해진 시아파 지역=바스라 시는 수도 바그다드 다음으로 큰 이라크 제2의 도시로 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시아파 거주 지역. 안바르 등 수니파가 장악한 중부지역에 비해 치안이 안정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수니파와 해외파 테러리스트 조직인 ‘이라크 알 카에다’뿐 아니라 시아파 민병대도 치안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CNN은 “영국군 2명을 체포하고 탱크에 맞서 투석전을 벌인 것은 반미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메흐디 민병대”라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군이 이달 초 메흐디 민병대 고위 간부를 체포한 이후 이 일대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달에만 영국군 3명이 피살됐고 메흐디 민병대 비판 기사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이라크인 저널리스트 파헤르 하이데르(38) 씨는 18일 납치돼 다음 날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