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 군사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합동 핵 작전 독트린’ 초안(3월 15일자)은 지역 전투사령관이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할 수 있는 사례를 열거하고 있다.
초안은 그 사례로 WMD에 대한 선제공격용을 포함해 △생물학무기 공격이 임박했을 때 △지하 WMD 시설에 대해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에 반격하기 위해 △신속한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군과 다국적군의 작전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WMD 사용을 억지하겠다는 의도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 승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신(新)독트린은 기존 ‘핵 억지 전략’은 유지하면서 선제공격 전략을 포함시킨 데다 핵무기를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군사적 수단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전면전이 아닌 제한전에서도, 나아가 선제공격을 위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격적 핵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는 적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대규모 핵 보복을 하겠다는 위협을 통해 핵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는 기존의 핵 독트린(1995년)에서 크게 바뀐 것.
냉전시대의 억지 전략으로는 ‘깡패국가’나 테러조직의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예상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한 핵 공격 능력과 옵션을 확보하겠다는 게 국방부 측의 논리인 셈이다.
사실 이 같은 핵전략의 변화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작성된 ‘핵 태세 보고서(NPR)’와 대통령국가안보명령에 의해 이미 오래전에 예고된 것이지만, 군사교리로 구체화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같은 핵전략 수정을 통해 부시 행정부는 지하 깊숙이 숨겨진 WMD 시설 공격을 위해 일명 ‘벙커 버스터’로 불리는 전술 핵무기의 개발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의회는 국방부가 전술 핵무기 개발을 위해 신청한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번 새로운 핵 독트린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당장 “청문회도 없이 밀실에서 그런 중요한 핵 정책을 바꿀 수 없다”며 반발할 기세다.
미 군축협회(ACA)가 발행하는 ‘군축 투데이’ 9월호는 “새로운 핵 독트린은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겠다던 부시 행정부의 약속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검증되지도 않은 전술핵무기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려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 |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