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獨직통 가스파이프라인 건설 서명…뒷말 무성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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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의 선거 역전승을 위해 푸틴이 주는 선물이다.” “동유럽 국가들을 위협하는 독-러 밀약이다.”

독일과 러시아가 2010년까지 건설하기로 한 발트 해 가스 파이프라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8일 베를린에서 발트 해 해저를 관통하는 길이 1200km의 러시아∼독일 직통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협정에 조인했다. 공사비는 50억 유로(약 6조4000억 원). 러시아의 가즈프롬사와 독일 BASF사 등이 참여하는 이번 공사가 2010년 완공되면 독일은 러시아에서 매년 500억 m³(1994년 서유럽 전체 사용량의 약 3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를 직접 조달하게 된다.

폴란드의 한 시사주간지는 1939년 폴란드를 분할 침공하기 위한‘스탈린-히틀러 밀약’에 비유해“이번 조처는 푸틴-슈뢰더 밀약”이라고 규정했다.

독일 총선을 열흘 앞두고 나온 이번 발표에 대해서는 야당도 기분이 편치 않다. 모스크바 국영 TV가“푸틴 대통령이 평소 절친한 슈뢰더 총리를 선거전에서 돕기 위해 이번 협정에 조인한 것”이라고 보도했기 때문.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순수한 에너지 협의일 뿐”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는 “예전부터 슈뢰더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순수한 민주주의자’라고 칭송하고 체첸에 대해서도 ‘자유화 구역’이라고 부르는 등 지나친 친(親)푸틴 행태를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에서 망명한 인권 운동가 세르게이 코발료프도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는 나라가 러시아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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