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참사때 목숨바쳐 시아파 구한 수니파 청년

  • 입력 2005년 9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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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8·31 아이마 다리 대형 참사’ 때 시아파 주민들을 구하가 숨진 수니파 10대가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수천 명의 수니파들이 희생자 유족들을 위해 현금과 귀금속 등을 앞 다투어 기부하고 나서 ‘종파 화합’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몸 바친 순교자=바그다드 아이마 다리에서 시아파 순례자들이 자살 폭탄테러범이 있다는 얘기에 급히 대피하려다 1000여 명이 압사 또는 익사하던 8월 31일. 다리 건너 아자미야의 집에 있던 수니파 우스만 알 우바이디(19) 씨가 구조를 요청하는 비명을 들었다.

그는 곧장 티그리스 강에 뛰어들어 익사 직전의 순례자들을 구해내기 시작했다. 차례로 6명을 살려냈다. 구조된 사람들은 모두 시아파로 여성 등 노약자들이었다. 한 명을 더 구하기 위해 다시 강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자신이 되돌아오지 못했다. 힘이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바이디 씨가 수영선수 겸 레슬링선수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당일 아침 수학문제를 풀던 학생이었다고 보도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축출 이후 벌어진 종파 간 투쟁에 넌더리를 냈다고 전했다. 그녀는 “아들의 친구는 모두 시아파였다”며 “그 아이는 이라크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날을 꿈꿨다”며 울먹였다.

▽화합의 물결 확산=우바이디 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아자미야 곳곳에는 그의 사진이 나붙었다. 주의회는 거리 한곳에 그의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아이마 다리 양편에 있는 시아파와 수니파 사원에도 각기 그의 초상화가 게시됐다.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는 “그는 우리 모두가 한형제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그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시아파 정당인 다와당의 한 여성의원은 약 7000달러(약 700만 원)를 위로금으로 전달했다.

또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도 6일 성명을 통해 우바이디 씨는 9·11테러 때의 뉴욕 시 소방관들처럼 용기 있게 행동했다고 치하했다.

한편 이라크 전역에 설치된 20여 곳의 모금소에는 종파를 막론한 성금 납부 대열이 장사진을 이뤘다. 뭉칫돈에서부터 금덩어리, 장난감 등 성금 종류도 다양했다. 부상자들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남자들도 있었다.

수니파인 라이스 카난(35) 씨는 “우리는 한핏줄이고 조국도 하나다. 내전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말라. 내전은 일어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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