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일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북방영토 싸고 ‘新러일전쟁’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3분


1905년 9월 5일 러시아와 일본의 협상 대표는 미국 동북부의 항구도시 포츠머스에서 ‘포츠머스 강화조약’에 서명했다. 20세기 초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친 러-일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막대한 전비를 대느라 허덕였던 일본은 미국의 중재 덕택에 △사할린 남부 할양 △랴오둥(遼東) 반도 조차권 △한국에서의 우월권 등 전리품을 챙겼다. 두 달 뒤엔 을사늑약 체결로 한반도를 병합하는 수순을 밟아 나갔다.

최근 일본 사회에 ‘100년 전의 화려한 기억’을 떠올리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당시 승리의 비결과 러-일전쟁의 의미를 다루는 학술 행사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

우익 성향의 일본 역사학자들은 러-일전쟁을 “백인 세력을 상대로 아시아 유색 인종이 거둔 첫 승리”, “동양의 소국 일본이 대국 러시아를 물리쳐 세계사의 물길을 돌린 쾌거”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배로 사할린은 물론 북방 4개 섬(일명 쿠릴 열도)까지 옛 소련에 빼앗겼다. 북방영토 반환을 둘러싼 양국 간 신경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양국의 군사관계는 냉전 종식과 함께 대치 국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의 ‘주적 리스트’에서 러시아는 후순위로 밀렸고 그 자리를 중국과 북한이 대신하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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