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핸씨 부시면담 요구 ‘1인 시위’ 전쟁찬반 대리전으로

  • 입력 2005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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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신디 시핸(48·사진) 씨의 ‘1인 시위’가 전쟁 지지자와 반대자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핸 씨는 1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휴가지인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 앞에 설치한 텐트 앞에서 11일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외로운 싸움’이라는 표현은 이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워싱턴 홍보회사가 대통령 취재를 위해 텍사스로 옮겨온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그의 발언 내용을 전달했고, 민주당 선거전문가가 그가 참여하는 온라인 회견을 진행했다. ‘코드 핑크’ 등 반전단체 회원 60여 명은 아예 텐트를 설치하고 동조시위를 벌이고 있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은 연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대표적 포털 사이트인 구글은 이날 이 뉴스를 머리기사로 다뤘다. 어느덧 그는 “부시 대통령이 전쟁 관리에 실패했다고 보는 미국인 60%를 상징하는 인물”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은 “그는 이제 슬픔에 잠긴 어머니가 아니라 반전 시위자일 뿐”이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들은 “민주당에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기업인 구글이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왜 이게 톱기사냐”며 편집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글 측은 “머리기사는 검색 횟수 등을 고려한 수학적 계산법에 따라 자동으로 결정된다”며 반박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을 만났지만 그는 아들의 사망에는 아랑곳없다는 태도였다”며 대통령을 비난했던 시핸 씨의 발언과 관련한 공격도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주 배커빌의 한 지방신문은 지난해 그가 ‘대통령이 나를 위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가 아들의 사망 이후 남편과 사이가 벌어져 현재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란 점도 보도됐다. 미 언론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그를 만나 줄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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