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러]뉴욕…마드리드…런던…다음 타깃은?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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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마드리드, 런던….’

화려한 패션 광고의 카피에서 본 듯한 도시의 순서가 이제 대규모 테러 공격 리스트로 변했다. 7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 온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처럼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손발은 묶어놨는지 모르지만 ‘자생적 지역조직’으로 새롭게 변신한 알 카에다 세포(Cell)들을 번식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테러 확산의 신호탄인가?=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7일 “런던 테러는 케냐 나이로비와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에서 발생한 미국대사관을 겨냥한 동시 테러, 뉴욕의 무역센터와 국방부 동시 공격 등과 같은 수법을 사용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아프가니스탄 함락 이후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 조직이 약화됐기 때문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기나긴 유혈사태의 시작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빈 라덴이 9·11테러 이후 “성전(聖戰)에 동참하는 이슬람교도는 모두 알 카에다로 부를 수 있다”고 말한 뒤 전 세계에서 알 카에다를 자처하는 조직이 늘어났기 때문에 테러 확산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런던 테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의 ‘눈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전 세계의 반테러 동맹이 다시 강화될 게 틀림없다. USA투데이는 “9·11테러 직후 프랑스의 한 신문은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며 “지금 우리는 모두 영국인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가 테러 가능성=런던 테러의 주범을 자처하고 나선 ‘알 카에다 유럽조직’은 웹사이트에서 “이탈리아와 덴마크 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한 나라들도 철군하지 않으면 (영국과) 같은 응징을 받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테러가 런던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파병국이 공격 목표가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아직 정체가 분명하지 않긴 하지만 ‘알 카에다 유럽조직’의 경고가 상투적인 협박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처토프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8일 테러 경보를 옐로에서 오렌지로 격상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 정보가 입수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테러가 테러리스트들의 전술변화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UPI통신은 이날 “알 카에다가 런던의 지하철과 버스를 테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대한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러리스트들은 특히 이번 테러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러시아 등 G8 국가뿐 아니라 인도 중국 브라질 등 차기 G8 초청국들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선언한 셈이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게 됐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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