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백향목 혁명’ 무산되나…카라미 열흘만에 총리 복귀

  • 입력 2005년 3월 10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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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카라미 전 레바논 총리(사진)가 사퇴한 지 열흘 만에 총리로 다시 복귀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일 “레바논에서 자유가 곧 널리 울려 퍼질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레바논 의회는 반미 성향의 카라미 전 총리를 총리에 재추대함으로써 미 국무부가 명명한 레바논의 ‘백향목 혁명’은 일단 원점으로 돌아갔다.

▽친(親)시리아계의 대반격=8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의 주도로 50만 명이 넘는 친시리아계 시민들이 모여 “미국은 가라” “시리아군 철군 반대”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대규모 지지시위에 고무된 카라미 총리는 이날 의원정수 128석의 의회에서 69명의 지지를 받아 총리로 재추대됐고 10일에는 에밀 라후드 대통령으로부터 새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전망은?=카라미 총리의 전면 복귀는 레바논 정치에 대한 시리아의 영향력과 레바논 주민들의 뿌리 깊은 반미 반이스라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레바논에서 시리아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는 서방국가들의 요구를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한 외세의 간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미국의 레바논 민주화 요구가 역풍을 맞고 있으며 오히려 강경파인 헤즈볼라의 세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이번 시위로 높은 결속력과 대중지지도를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무장해제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카라미 총리의 복귀가 곧 레바논 정국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끝까지 대화 참여를 거부하고 새 정부 구성 노력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레바논은 오랜 내전의 역사를 다시금 되풀이할 수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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