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테러용의자 제3국서 고문의혹”

  • 입력 2005년 3월 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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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국내외에서 붙잡은 테러 가담 용의자들을 고문이 쉽게 자행되는 제3국에 넘겨 신문을 받도록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부는 그동안 부인하던 테러 용의자의 외국 인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문을 받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용의자를 외국에 넘기는 이유가 순전히 제3국 수사기관을 통한 수감 또는 신문(訊問)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들 국가가 이집트,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파키스탄 등 수감시설 내 고문이 빈발하는 국가들이어서 문제가 된다는 것.

미국은 과거 범죄자가 관할국가 또는 출생국가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이 같은 ‘범인 인도’ 조치를 취하면서 이 경우 백악관이 주도하는 범정부 기구의 심의를 받도록 했으나 ‘9·11’ 이후에는 CIA가 백악관 등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따라 용의자를 제3국에 넘기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조치에 따라 이집트 등 5개국에 넘겨진 테러 용의자는 현재 100∼150명에 이른다고 전직 정부 관리들은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해당국에서 몇 개월씩 수감시설에 구금돼 신문을 받으면서 고문이나 가혹행위, 비인도적 대우를 당했으며 결국은 기소되지 않은 채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홍권희 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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