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진 참변 현장]4만명 참사 1년전 기억에 공포감

  • 동아일보
  • 입력 2005년 2월 22일 18시 14분



2003년 12월 26일 4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밤 시 지진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이란에 또다시 대규모 강진이 발생했다.
지구촌을 경악케 했던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이 발생한 지 약 두 달 만에 지진이 발생하자 자연의 대재앙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지진은 여러모로 밤 시의 지진을 떠올리게 했다. 진앙이 밤 시에서 200km 떨어져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피해지역이 대부분 진흙 건물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똑같다. 건물들은 대부분 폭격을 맞은 듯 폭삭 주저앉았다. 지진이 새벽에 발생해 잠자던 주민들이 매몰된 것도 밤 시 지진과 유사하다.
지진이 발생하자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와 차량 통행을 막는 바람에 부상자 후송을 어렵게 했다.
피해지역은 통신과 전력이 끊겨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구호활동에도 어려움을 초래했다. 특히 피해지역에 폭우가 내려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란 기상국은 피해지역의 기온이 저녁에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보해 이재민들은 추위와도 싸워야 할 형편이다.
○…이란 당국은 3개 마을이 심하게 파괴돼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지진에 따른 지반 침하로 접근이 어려운 마을에 150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종교집회가 열리고 있을 때 지진이 발생해 상당수 주민이 매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폭우에도 불구하고 여진에 따른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주민들에게 집 밖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이란 관영 방송은 지진이 11초간 지속됐으며 20여 차례의 여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지진연구소는 지진이 땅속 26마일(약 42km)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학자들은 이번 지진이 밤 시 때보다 4배 깊은 곳에서 발생해 충격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에 유달리 지진이 잦은 이유는 지중해∼터키∼이란∼히말라야∼미얀마∼인도네시아를 연결하는 ‘횡아시아 지진대’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특히 이란과 터키는 횡아시아 지진대 가운데서도 ‘아나톨리안 단층대’로 불리는 지진 위험지역이다. 판 구조론이 설명하는 전 세계 주요 지각판 가운데 유라시아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등 4개의 지각판이 동시에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지진의 23%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란은 고대 페르시아 때부터 지진 피해가 잦았다. 밤 시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도 1990년 6월 북서부 길란 주와 잔잔 주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3의 강진으로 4만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진은 27개 도시와 1871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외신 종합

▼이란 주요 지진▼
▽1972. 4.10 남부, 규모 7.1 =5374명 사망
▽1977. 3.22 남동부 해안, 규모 7 =167명 사망
▽1977. 4. 6 이스파한 지역, 규모 6.5 =352명 사망
▽1977.12.21 케르만 지역, 규모 6.2 =521명 사망
▽1978. 9.16 타바스 지역, 규모 7.9 =1만5000여 명 사망
▽1979. 1 .16 코라산 지역, 규모 7 =199명 사망
▽1979.11.14 동부지역, 규모 5.6 =385명 사망
▽1981. 6.11 테헤란 남동부, 규모 6.8 =1027명
▽1990. 6.21 카스피안 지역, 규모 7.7 =3만5000여 명 사망
▽1997. 2.28 북서부 지역, 규모 5.5 =1000여명 사망
▽1997. 5.10 동부지역, 규모 7.1 =1560명 사망
▽2002. 6.22 북부지역, 규모 6.3 =229명 사망
▽2003.12.26 밤 일대, 규모 6.6 =4만여 명 사망
▽2005. 2.22 중부 자란드 지역, 규모 6.4 =?
▼英 일주일째 한파… 美남부엔 폭우 ▼



올해 들어 지구촌에 기상이변이 부쩍 잦아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몇 년 이래 가장 혹독한 겨울 추위와 눈사태 등으로 어린이 180명을 포함해 최소한 260명이 사망했다고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연맹’이 밝혔다. 서방 외교관들에 따르면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지 않아 사망자가 1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도 카슈미르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폭설로 최소한 150여 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실종됐다. 카슈미르에서는 18일 이후 지역별로 최고 4.5m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등 20여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면서 눈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폭설로 외딴 마을 대부분이 고립되면서 피해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대만에서는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이상 한파’로 사망자만 20명이 나왔다. 대만 일간 연합보는 19일 8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 12명이 더 숨졌으며 62명이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남부 핑둥(屛東) 현에서는 지난주만 해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로 에어컨을 틀어 가며 더위를 쫓던 주민들이 두꺼운 겨울옷과 이불을 다시 꺼냈다.
홍콩에서도 수은주가 8도까지 내려가는 기온 급강하로 젊은이 3명이 숨지고 63명이 입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영국에서도 일주일째 이상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북부 지방에 많은 눈이 내려 영국 경찰이 21일 운전자들에게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국 북부지방 상공에 형성된 한랭전선은 점차 남쪽으로 영향권을 확대하고 있다.
1월 초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는 닷새째 폭우와 강풍이 계속돼 최소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 등 관계당국은 로스앤젤레스, 벤투라, 샌타바버라 일부 지역에 홍수경보를 내리고 침수 우려 지역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켰다.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는 최근 ‘새해 일어날 10대 사건’ 보고서에서 2005년에는 이상 기후로 흉작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혜윤 기자 parkhye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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