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族 “오! 독립국가여”…총선서 급부상 자치論 확산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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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쿠크가 쿠르드족에 넘어간다는 것은 터키를 쿠르드족에 내주는 것과 같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터키 외무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키르쿠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교묘한 행위(부정선거)는 심각하게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며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와 유엔에 조사를 요구했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족이 총선에서 25.7%의 득표율(제헌의회 71석)로 제1당(132석)인 시아파 이라크동맹연합(UIA)에 이어 제2당을 차지하자 터키를 비롯해 이란 등 인접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키르쿠크 지역에 대한 쿠르드족의 자치권 주장과 쿠르드족 분리 독립 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이런 움직임은 터키와 이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을 자극해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불씨로 떠오른 키르쿠크=쿠르드족은 현재 지구상에서 국가를 갖지 못한 가장 큰 민족(약 2500만 명)이다.

이라크 쿠르드족 양대 정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잘랄 탈라바니 총재와 쿠르드민주당(KDP)의 마수드 바르자니 총재는 독립을 위해 오랜 적대관계를 접고 연합 정당인 쿠르드연맹리스트(KAL)를 출범시켜 득표율을 높였다.

특히 바르자니 총재는 총선 직후 “내가 죽기 전에 쿠르드족 독립을 보고 싶다”고 독립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연합 정당은 이번 투표에 앞서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독립 의사를 묻는 별도의 비공식 투표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총선 이후 터키 등 주변국들을 의식해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아르빌, 술라이마니야, 도후크 등 북부 3개 주에 한정된 쿠르드 자치지역에 키르쿠크를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AL은 13일 총선 결과 키르쿠크 지방의회 선거에서 59%를 득표한 직후 “키르쿠크에서 쿠르드족이 승리를 거뒀다”며 수년 전부터 불거져 온 키르쿠크 자치권 확대 문제를 슬며시 끄집어냈다.

▽문제는 터키=터키는 지난 15년간 줄기차게 쿠르드족 분리 독립 운동을 차단해 왔다. 이 과정에서 3만7000명의 쿠르드인이 희생됐다.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은 총선 직후 “키르쿠크가 민족분쟁을 일으킨다면 터키가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강조했다.

미국도 “이라크의 통합을 지지한다”며 이라크 내 쿠르드족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정국 안정을 위해 쿠르드족의 협조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미국과 새 이라크 정부로서는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 제헌의회가 새 정부를 출범시키고 영구헌법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선 의석의 3분의 2(184석)가 필요해 쿠르드족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李熙秀) 교수는 “미국은 쿠르드족을 끌어들이기 위해 키르쿠크를 넘겨주는 대신 터키에는 유럽연합(EU) 가입 지원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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