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4700만원 ‘CEO급 여비서’

  • 입력 2005년 2월 6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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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급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 끝에 불명예 퇴직한 리처드 그라소 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이 비서로 일했던 한국계 여성에게도 거액의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월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댄 웹 전 연방검사가 작성한 그라소 전 회장의 급여스캔들 진상조사 보고서인 ‘웹 보고서’는 그라소 전 회장의 비서였던 이모 씨(38)가 연간 24만 달러(약 2억4700만 원)의 급여를 받았으며 이는 ‘과도하고 비합리적’ 수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 씨가 연간 8만5000달러 이하의 연봉을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2002년 미국 기업체 비서의 연봉 중간 값은 3만6770달러였으며 월가에선 극히 일부가 10만 달러 이상을 받기도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덧붙였다.

빙엄턴 뉴욕주립대와 뉴욕대 로스쿨을 졸업한 이 씨는 1990년대 초 뉴욕 주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한동안 법조계에서 일하다 NYSE에 임시직으로 입사했다. 그 후 일솜씨가 상사들의 눈에 띄어 윌리엄 존스턴 사장 때 비서가 됐고 이어 그라소 당시 회장의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NYSE 말단 직원부터 국가수반급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했던 이 씨는 그라소 회장이 싫어할 만한 인물은 아예 회장실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 NYSE 직원들로부터 ‘이 대령’으로 불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라소 회장의 가족 휴가에도 동행했던 이 씨는 2003년 9월 급여스캔들로 그라소 회장이 물러난 뒤 NYSE에서 몇 달간 더 근무하다 퇴직해 음반제작 스튜디오와 헤지펀드 등을 거쳤다. 한국계 월가 인사들은 이 씨가 업무상 만나는 한국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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