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쿠바 관타나모서 '창녀 동원' 학대까지"

  • 입력 2005년 2월 1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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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관타나모 미국 포로수용소에서 '창녀'까지 동원한 성적 종교적 학대가 자행됐다는 증언이 제기됐다.

목적은 단 하나. 엄격한 이슬람 교리를 따르는 수감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종교적 자괴감을 유발시켜 자아 분열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폭로한 에릭 사르 미 육군 하사관은 수용소에서 2002년 12월부터 2003년 6월까지 아랍 통역관으로 일하면서 목격한 경험담을 책으로 담았고 그 원고를 AP통신에 넘겼다. 미 국방부는 이 책을 검열이 필요한 기밀 사안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출간 여부는 아직 미지수.

관련 내용을 자신의 칼럼(30일자)을 통해 소개한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모린 도우드는 "역겨움 이상의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자행됐다"면서 원본을 입수한 AP통신 기자의 전언을 빌어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9·11테러 이전 미 애리조나 주에서 항공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21살의 한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수감자에 대한 고문이 시작됐다. 눈을 감고 기도하는 그에게 다가간 여성 심문관은 웃옷을 벗고 자신의 가슴을 이 수감자의 등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 심문관의 얼굴에 수감자가 침을 뱉자 이번에는 이 남자의 얼굴에 바짝 다가가 '누가 너를 애리조나로 보냈냐'고 심문하기 시작했다. 대답을 거부하는 수감자의 얼굴에 이 여성 심문관은 손에 묻히고 있던 빨간 잉크를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여성의 생리혈 이라고 믿었던 수감자는 발목에 채웠던 족쇄가 부셔질 만큼 온 몸으로 울부짖었다고 사르 하사관은 전했다. 고문을 맡은 이 여성은 이어 수감자가 씻을 수 없도록 물 공급을 중단시켰다. 사르 하사관은 수감자 스스로가 더렵혀진 몸과 마음으로는 신에게 기도할 수도, 이를 통해 힘을 얻을 수도 없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도우드는 "수용소에서 최근 출감한 이들은 자신을 고문한 이들이 창녀였다고 전언했다"면서 "(성적 종교적 학대가 자행된다면)이라크가 종교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해 존경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미국의 가치와 영혼이 더렵혀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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