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美는 核포기 대가 ‘新마셜플랜’ 내놔야”

  • 입력 2005년 1월 3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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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대감도, 영원한 우정도 없다.”

한때 국제 테러리즘의 배후 역할을 하고, 반미 투쟁으로 아랍권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논리로 자신의 ‘전향 이유’를 밝혔다.

그는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월 7일자)와의 인터뷰에서 2003년 말 핵개발을 스스로 중단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선 심경을 자세히 밝혔다.

카다피 원수는 “미국과 상대적으로 좋은 관계가 된 것이 스스로 놀랍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대가 달라진 지금 우리는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리비아 혁명 초기 시작된 것으로, 그때는 이런 무기를 갖겠다는 생각이 리비아만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세계의 동맹관계는 바뀌었고 리비아의 공격목표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공격을 당해 핵무기로 보복하면 사실상 우리 자신에게 해악을 끼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WMD 포기 후 미국과 유럽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약속만 있었을 뿐 아무것도 가시화된 것이 없다”며 불만도 나타냈다.

그는 “핵 포기 국가에 지원이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주려면 최소한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유럽부흥 계획인) 마셜 플랜과 같은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미국에 대한 ‘기대 수준’을 밝혔다.

카다피 원수는 “리비아는 민간인을 살상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을 지지하는 등 전술적인 오류가 있었다”며 과거의 잘못을 시인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의 팬암 여객기 폭파사건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범행을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 사건의 범인이 이라크 정보기관 요원이라고 의심해 왔다.

카다피 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제 암살음모에 내가 관여했다는 억측으로 리비아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리비아로서는 ‘어차피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지 못할 바에는 테러를 저지르지 못할 이유가 뭔가’라는 심정을 가질 수도 있다”고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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