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 여객기 개발 경쟁 대리전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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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싸움이 뜨겁다.

EU의 에어버스사는 10일 미국 보잉사가 개발 중인 최신형 여객기 ‘7E7 드림라이너’에 맞설 새로운 기종의 여객기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이미 상대가 정부의 부당한 자금지원을 받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여서 제공권 장악을 위한 싸움은 ‘제2라운드’로 접어든 양상이다.

▽에어버스의 ‘맞불 작전’=에어버스사가 2010년 운항을 목표로 생산하기로 한 신형 항공기 모델은 A350. 개발비만 30억∼40억 유로(약 4조2300억∼5조6400억 원)가 투입된다.

245인승(A350-800)과 285인승(A350-900)의 두 종류로 연료를 추가 공급하지 않고 각각 1만5900km와 1만3900km를 날 수 있는 ‘연료 절약형’ 모델이다. 2008년 상용화되는 보잉사의 ‘7E7 드림라이너’와 비슷하다.

▽보잉 “끄떡없어”=당초 에어버스사는 2006년 첫 비행에 나서는 550석 규모의 A380으로 대형 항공기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보잉사가 지난해 말 ‘7E7 드림라이너’ 개발을 발표하면서 중형기 시장을 파고들자 궤도를 수정했다.

에어버스사는 향후 20년간 250∼300석 규모의 중형 여객기 수요가 31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이 중 5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잉사는 에어버스의 이런 대응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보잉사 관계자는 “에어버스의 새 모델은 색다른 것이 없다”며 “에어버스가 우리의 7E7 때문에 당황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미국과 EU의 감정싸움=세계 항공기 업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보잉은 지난해 처음으로 항공기 인도 물량에서 에어버스에 역전을 허용했다.

에어버스는 지난해 인도 기준으로 305대를 판매해 보잉의 281대를 제친 뒤, 올해도 9월 말까지 224대를 팔아 218대를 판 보잉에 앞섰다.

위기를 느낀 보잉은 미국 정부의 힘을 빌려 에어버스에 대한 공세에 들어갔다. 미국은 10월 EU 국가들이 에어버스사에 150억 달러의 개발 보조금을 부당 지원했다며 WTO에 제소했다.

EU는 곧바로 미국 정부가 보잉사에 30억 달러의 세금우대를 해줬으며 개발지원금 명목으로 230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맞제소를 한 상태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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