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大選 결선투표 26일 재실시…‘오렌지혁명’ 성공할까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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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의 해법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재실시’로 확정되면서 5일부터 여당과 야당이 본격적인 재대결 준비에 들어갔다.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해 결국 재투표를 관철시킨 빅토르 유셴코 야당 후보 측은 “지지자들의 행동강령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측도 “재투표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대법원은 3일 “지난달 21일 실시된 대선 2차 결선투표 결과는 무효”라며 결선투표를 다시 치르도록 판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일 이 판결을 받아들여 26일 결선 재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재대결 준비=유셴코 후보는 4일 “이번 선거는 앞으로 수십 년, 수세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지지세력의 재결집을 호소했다.

유셴코 후보 지지 시위대는 대법원과 선관위의 결정이 나온 후에도 해산하지 않고 있다. 공정한 재투표를 위한 선거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셴코 후보 측은 또 야누코비치 총리의 사임도 계속 요구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유센코 후보가 국제사회에 선거감시단을 파견해 줄 것을 요청하자 솔로몬 파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이 감시단 파견을 약속하기도 했다.

반면 야누코비치 총리의 지지 기반인 동부지역에서는 한때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야누코비치 총리가 재투표에 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격앙된 분위기가 일단 진정됐다.

▽누가 유리한가?=재투표에서는 유셴코 후보가 일단 유리하며 유셴코 진영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혁명이 결국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시위를 벌여 온 지지자들의 힘이 결집돼 있는 데다 재투표에서는 어느 정도 공정성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당이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헌법 개정을 들고 나와 재투표 패배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셴코 후보 진영은 “상황이 아직도 불투명해 승리의 축배를 들기는 너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재투표는 관철시켰지만 정작 선거에는 다시 패배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야누코비치 총리는 여전히 러시아 정부와 함께 레오니트 쿠치마 현 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재투표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행정력을 선거에 동원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재투표 과정에서 불리해진 야누코비치 총리가 ‘보이콧’을 선언하거나 동부지역이 선거를 거부할 경우 유셴코 후보는 비록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반쪽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신변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유셴코 후보는 가족을 키예프 밖으로 도피시킨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대선 전 유셴코 후보가 의문의 질병으로 얼굴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 후 그에 대한 ‘독살 시도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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