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눈엣가시' 아난 총장에 퇴진 압력

  • 입력 2004년 12월 5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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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을 둘러싸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갈등을 벌여온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석유-식량 프로그램' 스캔들을 계기로 아난 총장을 겨냥한 직접 공격을 펼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벌어진 모든 일이 명명백백하게 공개되는 것이 유엔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것이 미국의 납세자들이 유엔에 대한 지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의혹을 밝혀내는 것을 유엔에 대한 미국의 재정지원과 연계시키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이 프로그램에 얽혀있는 아난 총장 아들의 스캔들을 철저히 캐내 이번 스캔들을 '아난 총장 밀어내기'의 무기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 타임스는 4일 일부 미국 관리들이 "행정부내 보수적인 관리들은 아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할 경우 역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 고위 관리가 "최종 결정은 아난 총장이 얼마나 강력하게 조사를 진행하느냐, 그가 미국의 우려에 순응을 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여 부시 행정부가 이와 관련된 방침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 맥코믹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이 "아난 총장의 퇴진문제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3일 아난 총장을 "훌륭한 사무총장"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는 다분히 외교적인 언급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제 외교가에는 아난 총장 지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이 아난 총장 지지입장을 밝힌 뒤 중국 러시아도 지지대열에 참여했다. 1일 한국, 아르헨티나, 알제리, 이집트, 이탈리아, 멕시코, 파키스탄, 스페인, 터키 등의 유엔주재 대사들은 회동을 갖고 아난 총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2일엔 유럽연합(EU) 회원국 유엔주재 대사들이 아난 총장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유엔 직원노조는 2일 투표를 통해 아난 총장 지지운동의 배경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비판적인 결의를 채택하기도 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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