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루자戰士 “우리는 순교를 기다린다”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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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이라크 저항세력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팔루자는 글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9일 ‘순교를 기다리는 전사들’이라는 제목의 현지 통신원 르포기사를 통해 죽음을 각오한 저항세력의 모습을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의 현지 통신원 파드힐 바드라니는 같은 날 ‘비극이 도시를 삼키고 있다’는 제목으로 전쟁의 처절한 현장을 알렸다.》

▽워싱턴 포스트의 르포=주민이 피란을 가 비어 있는 작은 집. 10여명의 전사가 희미한 불빛 아래 앉아 있다. 등 뒤엔 수제 로켓 발사기가 세워져 있고 포탄과 탄약 벨트, 폭발물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널려 있다.

폭음이 도시를 흔드는 가운데 둘러앉은 전사들은 공동식기에 담긴 쌀과 콩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팔루자를 테러리스트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미국이 말하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조직의 지원병들이다.

“내일 순교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주일 전에 도착한 20대 신참이 운을 떼자 예멘 출신 지원병은 “나는 수개월째 (순교를) 기다렸다”고 농담을 했다. 큰 덩치에 수다스러운 튀니지 출신 지원병은 “걱정할 것 없다. 승리든 순교든 둘 중 하나인데 둘 다 큰 영예니까”라며 끼어들었다.

이들의 죽음에 대한 얘기는 이런 식이었다. 두려움에 떨지 않고 행복한 기대감을 보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청년은 “죽음은 (우리들이) 받고 싶어 기다리는 상(賞)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BC뉴스의 르포=큰 폭발음에 이어 총격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진입을 시도하다 저항세력의 총격을 받은 미군 병사들은 움직이는 것이면 무엇이든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저항세력 전사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사기가 높았고 노래까지 불렀다. 이들은 지난 이틀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라마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음식도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조금 전 시내에 있는 진료소가 폭격을 받았다. 그곳에 있던 의사와 환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미군이 8일 팔루자 외곽의 대형 병원을 점령한 뒤 그곳은 유일한 의료기관이었는데….

이라크전쟁 이후 처음으로 팔루자에 산재한 150개 이슬람 사원들이 폭격을 맞았다. 오늘 아침에는 어떤 팔루자의 이슬람 사원에서도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았다.

어제는 이웃에 사는 여인과 아이들이 찾아와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세상에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지금 나를 둘러싼 파괴의 현장을 보며 자문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격렬한 저항=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은 9일 팔루자 중심부를 관통해 시내의 70%를 장악했다. 하지만 교전 나흘째인 10일에도 저항세력은 자동소총과 로켓추진총유탄(RPG) 등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8일 이후 미군 11명과 이라크 보안군 2명 등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저항세력의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전해졌다.

팔루자 공격 이후 이라크 각지에서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9일 오후에는 이야드 알라위 총리의 사촌인 가지 알라위 부부 등 친척 3명이 바그다드에서 납치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안사르 알 지하드 그룹’은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알라위 총리가 48시간 안에 모든 수감자를 석방하고 팔루자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이들을 참수하겠다”고 밝혔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팔루자=외신 종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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