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부인 "남편을 '생매장'시키려 한다"

  • 입력 2004년 11월 8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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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병실을 지키고 있는 부인 수하 여사는 8일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남편을 생매장 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수하 여사는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파리에 오는 것은 남편을 생매장시키고 권력을 빼앗으려는 음모 때문"이라고 비난한 뒤 "아라파트는 멀쩡하며,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 나빌 사스 외무장관, 전 총리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대행은 8일 저녁 파리에 도착해 의료진 및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과 아라파트의 상태를 협의할 예정이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외무장관은 7일 LCI TV와의 인터뷰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병세가 매우 복잡하고 심각하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뇌사 여부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말하진 않겠다"고만 밝히고 병세를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 언론은 이들이 병원으로 아라파트를 방문하는 동안 아라파트의 생명 연장을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방 언론들은 수하 여사와 지도부의 갈등을 권력 투쟁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수하 여사가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당액의 PLO 자금도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로 보고 있다.

AP통신은 "팔레스타인의 일부 지도층은 수하 여사가 아라파트의 병실 출입을 통제하면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수하 여사는 팔레스타인의 지도층이 아니다"는 지브릴 라주브 팔레스타인 안보 고문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팔레스타인 안전보장회의는 7일 쿠레이 총리의 치안 계획을 승인했다. 그는 이미 아라파트가 갖고 있던 재정 및 행정권의 일부를 인수한 상태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는 아라파트를 대신할 온건 지도부가 구성될 가능성에 고무돼 중동 평화를 중재할 새로운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했다. 아라파트가 사망한다면 미국의 개입을 막던 장애물이 한꺼번에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 신문은 미국이 아라파트와의 협상을 중단한 상태지만 쿠레이 총리, 아바스 전 총리 등 아라파트 수반의 뒤를 승계할 가능성이 큰 지도자들을 지원해왔다고 덧붙였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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