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得이냐 失이냐” 셈 분주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31분


세계 각국은 유례없이 팽팽했던 미국 대통령선거를 숨죽인 채 주시했다.

프랑스 파리의 군 병원에 입원 중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신문을 통해 개표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 파리 주재 팔레스타인 특사인 레일라 샤히드는 프랑스 TV와의 회견에서 “아라파트 수반이 신문을 읽으며 관련 정보를 묻고 있다”며 “평화보다는 전쟁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재집권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2일 비공식 만찬에서 미 대선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결과를 함께 지켜봤다.

각국 정상들이 대선을 앞두고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꺼려온 것과는 달리 푸틴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공개적으로 부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 주요 신문들은 이날 아침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시작됐다’고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선거 전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상당수의 유럽 국가는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 은근히 바란 게 사실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 탓에 반(反)부시 정서가 폭넓게 확산된 유럽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될 경우 교토기후협약, 중동 및 이스라엘 정책 등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중동 국가들도 미 대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주요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 재선이 유력한 방향으로 기울자 중동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레바논 유력 일간지 아사피르는 “모든 아랍 지도자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세계 유일 초강대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 대선 결과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은 정부 차원의 논평은 극도로 삼갔다. 이란은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나라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케리 후보가 다를 게 없다며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방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 옵서버로 참석할 만큼 힘을 키운 중국도 미 선거 결과가 ‘세계 속의 중국’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무역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3일 “어느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양국간 동맹의 중요성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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