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곰 습격 주의보’…1명 사망 78명 부상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15분


일본 산간지대 초등학생들은 요즘 ‘곰 대처 요령’에 대해 배운다.

반드시 집단으로 등하교하고 몸에는 방울을 달아 딸랑딸랑 소리 내며 다닌다. 커다란 몽둥이를 치켜 든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통학길을 지킨다. 최근 도야마(富山) 후쿠이(福井) 이시카와(石川) 등 18개현에서 곰의 습격으로 1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6시경 도야마현 도야마시내 공원 주위에 새끼를 거느린 어른 곰이 나타나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도심에 곰이 출현한 것은 34년 만의 일. 이날 오후 도야마시 외곽에서는 곰 2마리가 주민 3명을 습격했다가 사살됐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곰이 도심까지 출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체수 증가보다는 이상 기후에 따른 먹이 부족을 꼽는다.

도야마현의 경우 최근 10년간 400∼500마리로 개체수는 안정돼 있다는 것. 하지만 올여름 이상 폭염과 예년보다 많은 태풍으로 산에 먹을거리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사살된 곰의 위에 담긴 내용물은 예년의 3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곰은 12월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9월 이후 부쩍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런데도 먹을 것이 없자 마당 가운데 감나무에 올라가 허기를 달래다 사살된 곰도 있다.

도야마 이시카와 후쿠이 등 3개현에서 포획·사살된 곰은 지난해 77마리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170마리로 늘었다.

포획된 곰은 대개 추적장치를 단 채 산 속에서 풀려난다. 하지만 재습격을 우려한 주민들의 ‘석방 반대’로 사살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눈에 띄는 대로 곰을 사살하면 생태계 균형이 깨지므로 곰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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