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전날 치러진 입법회 선거 결과 민주파는 총 60개 의석(지역구 30석, 직능대표 30석)중 지역구 직선 18석과 직능대표 7석 등 25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주파는 직선 의석을 17석에서 1석 늘리는 등 종전 22석에서 3석을 더 확보했으나 대다수 전문가들이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해 왔던 것에 비하면 크게 저조한 결과이다.
반면 민건련(民建聯) 등 친중파는 직선 의석을 7석에서 12석으로 늘려 비례대표 22석을 합해 모두 34석으로 과반수를 무난히 확보했다. 무소속은 종전 4석에서 1석으로 몰락했다. 이번에 선출된 입법회 의원들의 임기는 2008년까지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해 7월 1일 홍콩의 언론 자유 등을 제약하는 내용의 ‘국가안전조례’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 50만명의 민주화 시위 이후 처음 실시된 것으로 중국 당국과 홍콩특구 정부, 민주파 모두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또 홍콩의 잇단 민주화 시위를 들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제도)의 허구성을 주장해 온 대만측도 이번 선거에서 민주파의 약진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민주파가 내세운 변화와 개혁보다는 홍콩의 경제발전과 안정을 호소한 친중파에 표를 던졌다. 이로써 홍콩특구 장관은 물론 입법회 의원 전원 직선제화 등 정치개혁을 요구해 온 민주파의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마틴 리(李柱銘) 민주당 의원은 “민주파가 선전하지 못해 실망스럽다”며 “이는 현행 선거제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는 전체 유권자 320만7227명 중 178만4140명이 참가해 투표율 55.63%를 기록, 1998년의 53.29%와 2000년의 43.57%를 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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