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객기 연쇄폭발]TU154기 추락직전 공격신호 발신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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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객기 연쇄 추락사건에 대해 현지 언론은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경찰을 제치고 정보기관인 러시아연방보안부(FSB)에 ‘지체없는 조사’를 지시한 것도 테러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SB가 테러를 입증할 만한 단서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어 ‘우연한 동시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러 가능성=인테르팍스 통신은 공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같은 공항에서 이륙한 두 여객기가 거의 동시에 추락한 것은 계획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다른 항공 전문가도 “두 개의 사고가 우연히 일어났다면 정말 이상하다”며 테러 의혹을 제기했다.

TU-154기가 추락 직전 ‘승무원에 대한 공격신호’를 발신했다는 보도가 테러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했으나 곧이어 이 신호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신하는 일반 조난 신호였다는 엇갈린 보도가 나왔다.

그 밖에 TU-134기가 추락 직전 공중 폭발했다는 점도 테러리스트에 의한 공중 폭파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침 소치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29일엔 체첸 대통령 재선거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도 테러쪽에 무게를 싣게 하고 있다.

▽사고 가능성=TU-134 여객기가 소속된 볼가아비아엑스프레스 항공사측은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은 철저했다”며 폭발물의 기내 반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테러가 아니라면 기체 결함과 점검 소홀이 추락 원인이 된다. 실제 러시아는 군소 항공사들이 난립해 노후 항공기를 무리하게 운항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수십건의 항공기 추락사고가 일어나 모두 764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60%는 항공기 노후와 안전결함 때문에 발생했다.

이번에 추락한 TU-134기는 1977년에 제작된 것으로 96년 전면 분해검사를 받았고, 82년 취항한 TU-154기는 총 3만1000시간을 비행해 수명인 3만7000시간에 근접했다.

2001년 10월 러시아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TU-154기가 흑해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66명 전원이 사망하자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결국 우크라이나 공군의 미사일 오발로 인한 격추로 밝혀진 일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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