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臨政 "나자프 무혈진입"…사드르-민병대 전격철수

  • 입력 2004년 8월 21일 0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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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시아파 강경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20일 성소(聖所)인 이맘 알리 사원에서 전격 철수하기로 해 2주일간 지속되던 나자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라크 내무부는 이날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은 사드르를 추종하는 메흐디 민병대와 인간 방패들이 빠져나간 이맘 알리 사원에 ‘무혈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드르측은 메흐디 민병대가 이맘 알리 사원을 계속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외신들도 사원의 상황을 놓고 서로 엇갈리게 보도하고 있다.

미군은 사드르가 철수해도 메흐디 민병대를 해체하고 사드르를 체포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성소에서 전격 철수=20일 아침 사드르가 이맘 알리 사원의 관장권을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가 수장으로 있는 마르자이야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상황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마르자이야측은 심장질환 치료를 받기 위해 영국에 체류하고 있는 시스타니에게 연락했고 시스타니는 이맘 알리 사원을 관장하겠다고 동의했다. 사드르는 사원의 열쇠를 시스타니측에 넘겨주고 메흐디 민병대와 인간 방패들을 전격 철수시켰다.

사드르는 “미군이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성소가 모독당하지 않도록 사원을 넘기기로 했다”고 DPA통신에 말했다.

이라크 과도정부 내무부는 이날 오후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이 이맘 알리 사원에 진입해 민병대 4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그러나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이 사원에 들어갈 때 한 발의 총성도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는 당초의 방침을 바꿔 “사원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밝혀 평화적 해결 분위기를 조성했다. 알라위 총리는 전날만 해도 사원에 있는 민병대가 무장해제하지 않으면 완전 소탕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상처뿐인 나자프=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은 19일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AC-130 폭격기 등을 이용해 나자프의 공동묘지와 구 시가지, 이맘 알리 사원 주변에 대규모 폭격을 퍼부었다.

외신들은 나자프 전역에서 폭발음과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미군과 이라크군의 장갑차와 탱크가 진격하는 모습들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미군의 공격은 5일 나자프 도심에서 양측의 충돌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격으로 이라크인 77명이 숨지고 70명이 부상했다고 이라크 내무부는 밝혔다. 또 메흐디 민병대의 반격으로 이라크 경찰 7명이 숨지고 35명이 부상했다. 사드르 추종세력은 남부 바스라의 이라크 남부 석유회사와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을 박격포로 공격하기도 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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