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CIA를 동네북 만들었다” 이라크戰 정보왜곡 비판

  • 입력 2004년 8월 17일 19시 03분


다음 달 8일 포터 고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미 정보당국과 백악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CIA를 포함한 미 15개 정보기관의 많은 요원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쟁의 명분으로 정보를 왜곡하고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한 잘못을 자신들에게 덮어씌우는 데 분노와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조지 테닛 전 CIA 국장과 CIA가 백악관의 이라크전쟁 실책을 가리기 위한 희생양이 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CIA의 현직 고참 요원 한 명은 지난달 익명으로 출간한 ‘제국의 오만’이라는 책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對)테러 전쟁을 신랄하게 비판해 정보 요원들이 느끼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22년간 정보활동을 해 온 이 요원은 “대테러 전쟁이 너무 엉성해 내 손자 때가 돼도 테러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슬람권에서 미국이 저지른 행태로 반미 정서가 커졌다”며 “미국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동맹자”라고 비꼬았다.

이 요원은 “CIA 안의 누구도 책을 내지 말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며 “원고 내용을 사전 검열 받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책은 CIA 전체의 견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백악관 일부 관리들이 CIA 비밀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누설한 것도 CIA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리크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부시 대통령까지 직접 조사를 받았으며 기밀을 누설한 관리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CIA는 국방부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아메드 찰라비 이라크 국민회의 의장을 지원한 것도 못마땅해 했다. CIA는 이미 1990년대에 찰라비 의장과 관계를 끊었으나 네오콘들이 그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으로 선임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찰라비 의장은 미국의 기밀을 이란에 넘겨준 혐의로 현재 미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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