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피랍여객기 추락직전 상황 “조종실을 되찾자”

  • 입력 2004년 7월 23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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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당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UA) 93편 승객들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조종실을 점거한 납치범들을 제압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승객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저항하는 바람에 테러범들이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이날 미국 9·11 조사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38분간의 긴박했던 순간.》

오전 8시41분=UA 93편 보잉 757기가 뉴저지 뉴어크 공항을 이륙했다.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 정원은 182명이지만 이날 탑승객은 37명이었다.

9시23분=지상 관제탑의 에드 밸링거가 기장 제이슨 달에게 긴급 메시지를 타전했다. “무역센터에 두 대의 납치된 항공기 충돌. (외부인의) 조종실 침입 주의 요망.”

그로부터 2분 뒤 테러범들이 조종실에 뛰어들었다. 조종사는 ‘메이데이(항공기 긴급 구조 신호)’를 날리며 여러 차례 “여기서 나가”라고 고함쳤다.

그러나 기장과 부기장은 수분 뒤 조종석 밖에 죽은 듯 쓰러진 채 승객들에게 발견됐다.


9시57분=비행기 납치 사실을 알아챈 승객들이 일제히 나섰다. 승객 제레미 글랙한은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모두가 (조종석에 가까운) 1등 객실 쪽으로 뛰어가고 있다. 나도 가야 해. 안녕. 사랑해”라고 말했다.

10시00분03초=“이제 다지? 끝내버릴까?”(테러범 지아드 자라) “아냐. 지금은 아냐. 저들이 다 오면, 그때 끝내자.”(테러범2)

조종실을 장악한 테러범 자라는 기수를 워싱턴으로 돌리려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테러범들은 승객들이 조종실에 들어올 경우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으로 판단하고 비행기를 중도에 추락시킨 것으로 보인다.

10시1분=“소동을 진정시켰다, 알라는 가장 위대하다! 가장 위대하다!”(테러범 자라)

테러범은 비행기를 상하로 요동시켜 한때 승객의 접근을 막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승객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종실로…. 만일 우리가 못가면 우리 모두가 죽어요.” “(음식카트를) 굴려!”

10시2분20초=마침내 테러범들은 굴복했다. “끌어내려, 끌어내려!”(테러범2)

UA 93편은 결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서머싯 인근 생크스빌의 들판으로 추락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같은 시간 UA 93편이 워싱턴으로 접근 중이란 보고에 “F-16 전투기를 출동시켜 격추하라”고 명령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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