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나는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제발”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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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방영한 피살 직전으로 추정되는 김선일씨 모습. 눈이 가려진 김씨는 “살려달라”며 울먹였다.-로이터 뉴시스
22일 아랍계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가 방영한 피살 직전으로 추정되는 김선일씨 모습. 눈이 가려진 김씨는 “살려달라”며 울먹였다.-로이터 뉴시스
아랍 위성TV 알 자지라는 23일 오전 1시40분(한국시간) 잔인한 장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자 멘트로 김선일씨가 살해됐다고 전했다.

알 자지라TV는 “비디오테이프에는 목을 베는 장면까지 녹화돼 있었으나 시청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길 수 있기 때문에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살 직전 상황=김씨는 오렌지색 옷을 입고 무릎을 꿇은 것처럼 앉아 있었다. 눈은 오렌지색 천으로 가린 상태.

알 자지라가 방송한 비디오는 두 종류. 총을 든 남자 3명이 노란색 보름달이 그려진 휘장을 등지고 서 있는 장면에서 김씨는 매우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큰소리로 계속 뭐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어지는 화면에는 김씨의 뒤로 남자 5명이 등장한다. 남자 중 3명은 총을 들고 있었고 1명은 허리에 큰 칼을 차고 있었다. 나머지 남자 1명이 성명서를 읽으며 오른손을 격하게 흔들었다.

김씨는 이 남자의 성명서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난 직후 참수가 자행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방송은 되지 않았다.

▽마지막 절규 “제발”=알 자지라가 방송한 동영상에는 김씨의 얼굴이 자막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로 ‘please(제발)’라고 외치며 필사적인 호소를 하는 듯한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입술 모양으로 대화를 판독하는 한국구화학교 최참도 교장과 교사들은 비디오를 분석한 뒤 “김씨가 절규 마지막에 ‘I really don't want to die(나는 정말로 죽고 싶지 않다)’ ‘please(제발)’라고 말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비디오는 지난달 미국인 기술자 니컬러스 버그의 살해 장면과 여러모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버그씨의 비디오에도 이번처럼 복면을 한 5명의 남자가 등장하며 한 명이 허리에 큰 칼을 차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벽면에 휘장이 걸려있는 데 비해 당시에는 아무런 장식물이 없었다. 하지만 두 비디오 모두 흰 벽이 있는 방에서 촬영됐다는 점은 같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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