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간인 상대 야만행위 용서 못한다

  • 입력 2004년 6월 21일 18시 40분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무고한 민간인 납치와 살해 위협은 인도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뿐더러 이라크인들의 종교인 이슬람의 교리에도 배치된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알라의 자비를 강조하는 진정한 무슬림이라면 이라크와 외세의 싸움과 관련 없는 민간인에게 고통을 주는 반(反)종교적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납치단체는 김씨에게 자행한 가혹행위로 한국인이 갖게 될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는 4만여명의 이슬람 신자가 있다. 이라크에 갈 자이툰 부대원 중에도 이슬람 신앙을 받아들인 병사들이 있다. 많은 한국인의 선의를 잔혹한 범죄로 갚는단 말인가.

한국군 파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하기 위해 파병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평화와 재건을 위해 자이툰 부대를 보낸다. 반세기 전 전쟁의 참화를 겪은 민족으로서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이라크를 돕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납치범들은 서희·제마부대가 고통 받는 이라크인들을 위해 흘린 땀을 외면했다.

불과 24시간의 시한을 주고 파병 포기를 촉구한 행위도 우리를 분노케 한다. 김씨가 누구에게 납치되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한국 정부에 단 하루 만에 선택을 하라고 한 그들이 협상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처음부터 협상보다는 협박을 위해 민간인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닌가.

정부가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파병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납치단체는 한국의 추가 파병 확정 직후 살해 협박 비디오를 방송사에 보냈다. 국내 동향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면 납치 단체를 돕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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