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서 대규모 군사훈련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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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옛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유럽지역 병력을 극동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기동훈련을 실시해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경화(京華)시보는 18일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 접경지역인 극동의 연해주에서 15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극동지역 분쟁개입 겨냥=6일 시작돼 다음 주 절정에 이를 이번 훈련의 명칭은 ‘기동(Mobility) 2004’. 유럽지역(우랄산맥 서편)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이 수송기를 타고 1만km 이상을 비행해 극동으로 신속 배치되는 개념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훈련은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전문가들은 한반도나 러중, 러일 국경지역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훈련은 아나톨리 크바슈닌 총참모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았고, 다음 주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바노프 장관을 대동하고 극동을 방문, 훈련을 참관할 예정이다. 기동훈련에 러시아 수뇌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

이번 훈련은 3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유럽지역 군을 극동으로 신속 전개하는 1단계 훈련은 6일 시작돼 18일 완료됐다. 이때 우랄군관구의 공수부대와 기계화보병부대, 북해함대 산하 해병대 등 병력 800명과 장갑차 100대가 군용기 47대와 민간수송기 2대에 실려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 부근 우수리스크로 이동했다.

21∼25일 실시되는 2단계 훈련에서는 공수된 병력이 극동군관구의 병력과 함께 대규모 실전 훈련을 벌인다. 가상 적을 대상으로 적 후방 공중 침투와 해안 상륙훈련도 벌인다. 테러 집단의 습격에 대비한 통신 및 도로망 안전확보 훈련도 함께 진행한다.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3단계 훈련은 26∼30일 실시된다.

▽군사강국 복귀 신호탄?=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경제난으로 10여년 동안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지 못했다. 냉전 시절 전 세계를 무대로 미국과 대결하던 군사전략을 축소해 러시아 본토와 독립국가연합(CIS) 등 주변 동맹국의 안보를 유지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가 회복되고 푸틴 대통령의 안보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면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재개되고 있다. 옛 소련처럼 국제 분쟁에 개입할 능력을 다시 회복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변국의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군은 이번 훈련과 별도로 유럽지역에서도 22∼25일 테러집단의 습격으로 인한 대규모 인명 살상 및 환경재난을 상정한 ‘칼리닌그라드 2004’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바노프 장관은 최근 “8, 9월에도 유례없는 성격의 대규모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는 2월에도 지상군과 공군, 해군, 전략로켓군, 우주군까지 총동원한 대규모 입체 훈련을 실시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하기도 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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