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차출 엇갈린 시각…“괜찮아” vs “안 괜찮아”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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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여당지도부 뒤늦게 낙관론▼

열린우리당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문제와 관련해 18일 심야 긴급 당정 협의를 가졌다. 그러나 회의자체가 사안이 발생한 지 사흘 뒤에야 열린 데다 2시간여 동안의 회의 끝에 내놓은 결과물 역시 “이번 조치는 미군 재배치 전략의 일환이며 한미동맹관계는 굳건하다”는 정부의 낙관론을 되풀이한 것이어서 안이한 대응이란 비판을 사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주한미군 차출 결정이 보도된 이후 일절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다가 대응책 부재에 대한 언론 비판이 잇따르자 19일 뒤늦게 비공개 당정협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당정협의에는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의장,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과 정부측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 외교부 이수혁(李秀赫) 차관보, 김숙(金塾) 북미국장, 국방부 권안도(權顔道) 전략기획처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19일 열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안보위기를 부추긴다”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과 ‘대국민 홍보 부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 등이 나오기도 했다.

천 원내대표는 “독일, 일본 주둔 미군에 이어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은 가장 늦은 것”이라며 “향후 3년간 110억달러 규모의 주한미군 전력증강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전쟁억지력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위원은 “주한미군 3600명을 재배치해도 우리 안보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이 이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각각 주장했다.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주한미군 재배치는 하루아침에 돌발적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며 전쟁억지력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주한미군 차출과 관련해 한나라당에 여야간 정책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이만섭 “韓美 믿음상실 우려…외교정책 재검토”▼

“자주국방은 결코 말이나 구호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또 한미간의 믿음이 상실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회의장을 두 차례 역임한 민주당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19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첫 발언자로 나서 “정부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단순히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의 일환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외교 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 방침을 한국 정부에 사실상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양국간의 불신과 불협화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 의원은 “외교 안보는 젊은 기분과 감정으로 해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계속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26일 열리는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국군포로의 송환을 당당히 요구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국군 포로의 명단조차 요구한 적이 없는데 이는 정부의 기본 도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은 이 나라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만큼 고위 장성들부터 솔선수범해서 군의 잘못된 관례와 비리를 추방하고 기강을 세워 달라”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16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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