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美-日 군사동맹 “가까이 더 가까이”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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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의원은 20일 본회의에서 유사사태에 대비해 제정한 국민보호법 등 7개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의 핵심은 일본 주둔 미군의 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된 ‘미군행동원활화법’. 이 법의 통과로 자위대는 탄약 무기 식량 등을 아무런 제약 없이 미군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미군이 일본에 기지를 건설할 때 토지와 가옥의 수용을 가능케 하는 ‘미일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도 중의원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미군 지원 계획은 일본을 동아시아의 허브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구상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해외주둔 미군의 재편에 맞춰 주일 미군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에 미국과 일본의 전략적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미 해병대 1만7000여명 중 3000명을 올 2월 이라크로 이동 배치한 데 이어 1000여명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병력의 감축을 주일 미군의 약화라기보다는 주일 미군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의 하나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미 서부 워싱턴주의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도쿄(東京)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의 자마(座間)기지로 옮기고 주일 미군과 자위대의 기지 공동 사용을 확대하자고 일본에 제안했다.

군 기지의 공동 사용을 통해 미군과 자위대의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중동과 동남아 등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주일 1군단 사령부’의 판단에 따라 즉각 병력을 투입하는 체제를 갖춘다는 것.

미국 정부는 제1군단 사령부가 일본으로 이전하면 요코다(橫田)기지에 있는 주일 미군 사령부와 주한 미군 사령부를 폐지해 그 산하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주일 미군의 활동 범위를 ‘일본 및 극동’으로 규정한 미일 안보조약의 취지에 배치될 소지가 있다”며 신중한 반응이지만 ‘잠재 적국’인 대(對) 중국 견제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내심 반기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탐지용 조기경보레이더의 일본 배치 제안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미사일방어(MD) 체제 공동개발 등 일본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최근 괌의 미군기지에 폭격기를 이동 배치한 점을 들어 괌과 일본 중 어느 쪽을 허브기지로 삼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난달 미국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1992년 필리핀에서 철수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에 쫓겨날 수 있는 다른 나라에 기지를 두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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