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재배치]‘美투자약속 13조원’ 여전히 베일속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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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감축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경기 동두천시 미 2사단 캠프 케이시에서 실려온 군용장비가 동안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장비들은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로 옮겨질 예정이다.-동두천=연합
주한미군의 감축 방안이 검토되는 가운데 경기 동두천시 미 2사단 캠프 케이시에서 실려온 군용장비가 동안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장비들은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로 옮겨질 예정이다.-동두천=연합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지난해 미국이 발표한 110억달러(약 12조9000억원) 규모의 주한미군전력강화방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해 5월 31일 2006년까지 주한미군 전력 강화를 위한 150개 항목에 1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세한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 국방부도 그 내용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110억달러, 어디에 쓰이나=미국이 밝힌 110억달러는 올해 한국 국방예산 18조9412억원(약 161억달러)의 68%에 해당하고, 지난해와 올해 2년간의 한국군 전력투자비와 맞먹는 규모이다.

69만1000명인 한국군의 5.35% 수준에 불과한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하기 위해 이처럼 엄청난 투자를 하겠다는 미국의 방침은 대한방위 공약을 더욱 공고히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의 투자가 예상되는 분야로는 주일미군을 하루 만에 한반도로 실어 나를 초고속 수송선(HSV), 인명 피해 없이 적진을 살피는 무인정찰기(UAV), 정밀 폭격이 가능한 합동직격탄(JDAM),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 미사일 등의 도입 등이 거론된다. 이 밖에 해군 및 항공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미군은 현재 패트리엇 미사일(PAC-2)과 아파치 공격용 헬기(AH-64)를 각각 PAC-3와 AH-64D 아파치 롱보 헬기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여기에 110억달러의 일부가 사용될지도 관심사다.

▽불확실한 전력투자=문제는 주한미군의 투자대상 150개 항목이 완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는 점이다.

110억달러가 주한미군의 연간 예산(30억달러 안팎)을 포함한 것인지, 또 ‘전력투자’가 기지설비 투자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의미인지, 주한미군 투자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한국군이 도입해야 하는 장비나 무기가 있는지 등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전력투자는 1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며 첨단무기 도입도 아직 확실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미국의 약속이 행여 공약(空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재두(金載斗) 박사는 “주한미군이 어떤 전력을 언제 강화할지 알아야 우리 군도 전략·전술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전력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미군과 150개 항목을 하나하나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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