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차출]美에 한국은 B급 동맹?…“2등급으로 격하”

주한미군 감축결정이 공개되면서 한미동맹이 1급 동맹관계에서 2급 동맹관계로 격하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 군사적 유대로 얽혀있던 관계가 선린우호 차원으로 희석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B급 동맹?=한미동맹이 과거 같지 않다는 지적은 한미동맹 중시론자, 군사전문가 사이에서 주로 나온다. 이들은 이라크파병 과정을 대표적인 징표로 꼽고 있다.

우선 파병성격이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대로 치안유지군이 아니라 평화재건부대로 규정되는 순간 한미동맹은 2등급으로 떨어졌다는 것. 또 이라크 사정이 악화일로를 걷지만 한국정부가 파병결정을 수주일째 미루고 있는 상황도 ‘도와주고 욕먹는’ 구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재두(金載斗) 연구위원은 “파병은 동맹국인 미국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식이어야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미국이 전 세계 군사전략을 재검토한 뒤 한국을 전략기지로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동북아 전략 중심축이 미-일 축(軸)으로 옮겨갔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의 중요성 하락이 신(新) 애치슨라인을 그은 것과 비슷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애치슨라인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북아지역의 군사방어선을 한반도를 제외하고 일본까지만 포함시킴으로써 한국전쟁의 원인(遠因)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당시 딘 구더햄 애치슨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따왔다.

▽“신(新)사고가 필요하다”=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그 전개방향이 한반도의 장래를 규정한다는 점은 진보그룹 일각에서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냉전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진보그룹의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이 파병문제,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 부분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측면에서는 과거보다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鄭旭湜) 대표는 “미국이 앞으로 3년간 110억달러를 주한미군 현대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며 “동맹약화 주장은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