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發 종교갈등 동남아 확산

  • 입력 2004년 4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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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발 ‘종교 갈등’이 동남아시아를 강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 유혈사태가 ‘국지적 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띠고 있다. 태국 남부에서는 이슬람분리주의 세력이 경찰서 등을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저항 형태를 보이고 있다.》

▽분리주의로 치닫나=태국 남부 무장괴한들의 경찰서 및 군 검문소 연쇄공격은 얄라 송클라 파타니 등 이슬람교도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은 그동안 분리주의 반군 활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온 곳.

무장괴한들은 특히 파타니주 무앙의 이슬람사원을 근거지 삼아 경찰 및 군 병력과 총격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남부지역 경찰책임자 푸룽 분탄둥은 “이 무장괴한들은 이슬람 과격파로 추정되는 10대 젊은이들이었다”며 “무장괴한들의 공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으며 마치 자살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탁신 시나왓 총리는 이번 무장 소요사태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무장괴한들은 몇 자루의 칼과 총으로 무장한 정도여서 정부 보안군은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정도”라고 말했다. 또 “1월 4일 나라티왓주에서 일어난 군 무기고 습격사건처럼 보안군으로부터 무기를 탈취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슬람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이번 공격이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즉각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을 논의했다.

태국 남부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슬람국가 말레이시아는 사태 발생 직후 북부 국경의 경비를 강화했다.

▽종교전쟁터 된 인도네시아=1999∼2001년 90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가까스로 무마된 말루쿠섬의 종교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와 연계된 동남아 이슬람 무장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야도 이번 사태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져 테러조직의 ‘반미전선’이 동남아지역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간 유혈충돌이 시작된 지 나흘째인 28일에도 말루쿠섬 중심도시인 암본의 기독교도 거주지역에서는 폭발음과 총성이 계속됐다. 또 경찰관 3명의 시신이 트럭에 실려 암본 최대 이슬람사원인 알파타 사원으로 옮겨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수십명의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사원으로 집결해 창과 몽둥이를 흔들면서 기독교에 대응한 ‘성전’을 외치기도 했다.

암본에서는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거주지역 사이에 바리케이드와 검문소가 설치돼 사실상 통행이 차단됐다. 이번 사태는 25일 암본 시내에서 기독교도로 이뤄진 말루쿠주권전선이 창설 기념행진을 벌이자 이슬람교도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촉발됐다.

네덜란드 식민통치 기간 중 교육 혜택을 받았던 기독교계는 1990년대 초까지 이 섬의 지배층이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정권이 인근 섬에서 이슬람계 종족을 다수 이주시키면서 갈등이 싹텄다. 현재는 200만명의 인구 중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의 비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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