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유럽전파자 콜롬버스 아니다“

  • 입력 2004년 4월 20일 17시 15분


유럽에 매독을 퍼뜨린 장본인이 ‘신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일행이 아니라는 증거가 새롭게 제시됐다.

‘디스커버리 뉴스’ 온라인판은 12일 미국 노스이스트 오하이오 관절염센터의 고병리학 연구팀이 이탈리아 묘지들에서 청동기시대부터 흑사병이 만연한 시기(1485∼1486)까지의 사체 688구로부터 뼈를 발굴해 조사한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1492년보다 수백년 전 이미 이탈리아에 매독이 퍼져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매독에 걸리면 뼈에 특유의 상처가 생기며 모양이 변형되는데, 800년 전의 사체 뼈에서 이런 증거가 발견된 것.

그동안 유럽 최초의 매독이 어디서 유래했는지에 대해 이견이 분분했다. 한편으로는 콜럼버스 일행이 당시 아메리카 거주민으로부터 유럽으로 옮겼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콜럼버스 전기를 여러 권 저술한 역사학자 루게로 마리노는 “매독이 콜럼버스 일행으로부터 유럽으로 전파됐다는 설은 문헌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콜럼버스의 뼈를 구해 조사할 수 있다면 좀더 확실한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대 로마제국이 대대적인 납중독 때문에 쇠퇴했을 것이라는 가설에 대해서도 반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시기의 사체로 추정되는 439구 가운데 납중독으로 인한 통풍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단지 두 건뿐이었기 때문이다.

김훈기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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