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9·11테러 조사위 동반 출석 결정에 자질론 재연

  • 입력 2004년 4월 5일 18시 44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조만간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에 출석한다. 비공식이긴 하지만 논란 끝에 출석하기로 결정했다.

백악관은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체니 부통령이 함께 출석한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부시 대통령의 ‘자질론’을 거론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 민주당 대표(캘리포니아)는 백악관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의 손을 잡지 않으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 자신에게 창피한 일”이라고 신랄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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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관계가 마치 ‘학생과 선생님’ 같다는 얘기는 많이 나돌았지만 9·11테러조사위원회에까지 동반 출석하기로 한 걸 보면 단순한 뜬소문이 아니라 사실임이 분명하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누가 정부의 실세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라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엘리놀 클리프트는 인터넷 칼럼을 통해 “아무도 체니 부통령이 공동대통령(Co-President), 더 나아가 부시 대통령이 체니 부통령의 꼭두각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극언을 퍼부었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란 콘트라사건 때도 혼자 출석했을 뿐 아니라 비디오 녹화까지 허용했다”고 맹공했다.

불똥은 대통령의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불려 온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에게도 튀고 있다.

타임, 뉴욕 타임스 등은 연이어 라이스 보좌관에 대한 분석기사를 게재하면서 그가 9·11테러 직전까지 테러리즘을 간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말을 부시 대통령 부부와 함께 보낼 만큼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그가 대통령의 훌륭한 친구일지는 몰라도 안보보좌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도 라이스 보좌관이 9·11테러 발생 이틀 전 NBC의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해 “정부는 긴급한 위협을 다루는 데 진지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 탄도미사일은 지금 세계 곳곳에 널려 있다”고 말하는 등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시 행정부 인사들은 “부시 대통령은 명문 예일대를 나온 사람”이라며 “그를 무능하고 의존적인 지도자라고 말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자질론’ 시비를 일축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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