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즉각 재검표 하겠다”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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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7일 야당이 요구해 온 즉각적인 전면 재검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총통부 앞에서 시민 50여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총격사건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인근 중정(中正)기념당으로 장소를 옮겨 장기 항쟁에 들어갔다.

천 총통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자를 공표한 만큼 야당측이 선거 및 당선 무효소송을 제기하면 관련법 개정 없이 즉각 재검표를 하겠다는 동의서를 제출하겠다”며 “단,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도 재검표 결과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법상 당선 무효소송은 당선자 공표 이후에 제기하도록 돼있다.

또 천 총통은 “국론분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9일 조건 없이 롄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을 만나겠다”면서 “그러나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집회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만큼 29일까지 총통부 앞 집회 군중들은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총통은 총격사건 ‘자작극’ 의혹과 관련해 “독립적인 전문조사단의 진상조사를 환영하며 야당이 추천한 전문가도 조사단에 포함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대만 전역에서 관광버스와 열차 편으로 상경한 야당 지지 시민 50여만명은 총통부에서 약 2km 거리에 있는 타이베이(臺北)역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비를 맞으며 ‘부정선거 진상조사’ ‘천수이볜 하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롄 주석은 ‘민주는 죽었다’라는 구호가 쓰인 단상에 검은 옷차림으로 나타나 ‘즉각적이고 공개적이며 전면적인 재검표’, ‘총격사건 진상 규명’, ‘국가비상조치 발동 근거 및 경위 설명’ 등을 거듭 요구했다.

그는 “천 총통은 오늘 이 집회에서 모든 의문점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천 총통이 오늘 나오지 않는다면 4월에 대규모 집회를 가질 것이며 그때도 아무런 설명이 없다면 5월 20일 취임식 때 다시 집회를 갖겠다”고 경고했다.

쑹 주석은 “중앙선관위의 재검표는 천 총통이 직접 검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법원 또는 검찰이 공정한 재검표를 해야 한다”면서 “총격사건 진상이 규명돼 재선거를 하게 되면 부총통 후보에서 물러나 롄 주석의 당선을 위해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새벽부터 7일째 철야시위를 해 온 시민들은 27일 밤 경찰의 강제해산으로 총통부에서 1km가량 떨어진 중정기념당으로 장소를 옮겼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27일 미국 백악관이 천 총통의 재선을 축하한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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