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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15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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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시에라리온의 열여덟 살 된 처녀 레베카의 이야기는 ‘끔찍한 악몽’같다.
“레베카는 어릴 때 부모와 언니가 반군의 칼에 죽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자기도 열세 살 때 반군에게 ‘몸을 빼앗겼지요’. 이후 반군 대장의 다섯째 부인이 되어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돼 정부군 대장의 아이까지 가져야 했습니다. 남편이었던 반군 대장의 목이 날아가는 모습도 지켜봐야 했지요.”
김씨는 이런 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사랑이 식지 않는 걸 보았다고 했다.
“소말리아에 갔을 때는 ‘피부가 거의 백 살이나 된 것처럼’ 쭈그러든 소년을 보았습니다. 사과를 주니 비틀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더군요. 거기에는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소년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소년은 동생한테 사과를 주고 먹는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들려온 이야기로는 결국 소년은 동생을 살리고 숨졌다는군요.”
김씨는 “몇년 전 사별한 남편은 내가 르완다나 소말리아 등지로 갈 때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고, 나는 그때마다 ‘괜찮아요. 위험하다고 해도 누구든 한 번은 죽는대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10년 넘게 돌아다니느라 MBC TV ‘전원일기’를 미리 녹화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큰 폐를 끼쳤다”며 “지난해에는 방송 대신 이 책 쓰는 일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책의 인세 전액을 결연한 세계 각국의 불우 어린이 50여명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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