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테러근절에 집착해 阿재난은 외면

  • 입력 2004년 2월 19일 18시 58분


코트디부아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시에라리온….

유엔은 이름조차 생소한 이들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빈곤 내전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며 ‘잊혀진 재난(Forgotten disaster)’ 21개국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강대국들은 테러리즘과 대량살상무기(WMD) 같은 ‘전통적 안보위협(Hard threat)’에만 관심을 쏟을 뿐 기아 빈곤 질병 난민 문제처럼 인간의 기본생존권을 위협하는 ‘인간 안보위협(Soft threat)’은 점점 망각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검은 대륙의 잊혀진 재난=유엔이 선정한 21개 재난 지역 중 17곳이 아프리카대륙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03 세계보건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그러나 1인당 평균 의료 예산은 연간 10달러에 불과하다.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 앙골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기아 빈곤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10여년간 벌여온 전쟁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하원 보고서에 따르면 650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났고, 370만명이 사지로 내몰렸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황금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계속된 내전으로 국민은 불안과 기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채굴에 협조하지 않는 주민은 잔인하게 살해됐다. 반군은 7, 8세 어린이들까지 납치해 소년병으로 만들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1960년 독립 이후 수차례의 쿠데타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이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국제사회 무관심=지난해 7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으로 그동안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던 아프리카의 재난 구조가 새로운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유엔이 21개 재난 지역에 대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한 지원금은 30억달러 정도. 미국이 올해 1년간 이라크에만 총 186억달러(약 22조1400억원)를 쏟아 붓는 것에 비하면 6분의 1에 불과하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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