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석유 감산 누구 맘대로”…OPEC결정 반대로 유가 진정세

  • 입력 2004년 2월 12일 19시 11분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을 계기로 국제 원유시장의 새로운 ‘슈퍼파워’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10일 OPEC의 감산 발표로 급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11일 오름폭이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원유생산과 수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 2위를 다투는 러시아의 반대로 감산의 효과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OPEC의 발표에 대해 즉각 “유가 불안을 부른다”며 감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에도 기습적인 OPEC의 감산 발표로 4% 이상 치솟았던 유가를 하루 만에 진정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동안 국제원유시장을 주물러온 OPEC가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더 이상 단독으로 유가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체면을 구긴’ OPEC는 다음달 3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차기 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번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OPEC의 영향력 감소를 틈타 국제원유시장에서의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사이먼 쿠케스 사장은 미국 국제관계위원회 연설에서“러시아가 2009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당분간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석유 생산을 해마다 5∼7%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 평균 840만배럴을 생산했다. 반면 OPEC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796만배럴의 산유량 쿼터에 묶여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과 수출국 자리를 러시아에 내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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